귀지, 귀후비개, 귀를 파다를 영어로?

귀지는 사투리로 귓밥이라고도 하는데 영어로 earwax이어 왝라고 한다. wax는 머리 왁스, 마루 왁스 할 때 그 왁스다.

그런데, 귀지는 보통 단단한데 왁스는 끈적끈적하다. 왜 귀지를 wax라고 할까?

과거 영어권 국가들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백인들의 귀지는 굳은 본드처럼 끈적끈적하기 때문이다. 동양인의 80~95%가 단단한 귀지를, 백인과 흑인의 97%가 끈적끈적한 귀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황인들은 백인과 흑인의 귀지가 끈적끈적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백인과 흑인들은 황인들의 귀지가 단단하다는 사실에 놀란다.(...)

단단한 귀지는 건식귀지, 끈적끈적한 귀지는 습식귀지라고 한다. 이 말을 평소에 쓸 일이 없는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절대 다수가 건식귀지이기 때문이다.

  • dry earwax: 건식귀지
  • wet earwax: 습식귀지
cotton swabs(출처: Emilian Robert Vicol)

건식귀지는 노란색에 인디언밥 과자처럼 생겼지만 습식귀지는 갈색에 반 쯤 마른 코딱지같이 생겼다. 습식귀지는 안 좋은 점이 귀에서 냄새날 가능성이 높고(...) 귀지가 귀 안에 박혀 버릴 수도 있다. 물론 건식귀지라고 냄새나지 말란 법은 없다.(...)

'귀를 파다'는 영어로 clean one's ears라고 한다. 직역하면 '귀를 청소하다'인데 우리말에도 같은 표현이 있다. 참고로 '코를 파다'는 pick one's nose지만 '귀를 파다'는 pick one's ears가 아니다.

  • Should I clean my ears? 귀를 파야 하나?
  • Should I clean my baby's ears? 아기 귀를 파 줘야 하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귀후비개(귀이개)로 귀지를 파 내는데 귀후비개는 영어로 ear pick이어 픽이라고 한다. pick은 곡괭이에서 유래했다.(...)

과거 서양에서도 귀후비개를 썼지만 면봉이 나오면서 이제 귀후비개는 거의 안 쓴다. 귀후비개는 자칫 고막을 손상시킬 수 있는데다 일회용인 면봉이 더 위생적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는 귀후비개를 구하기 쉽지 않아 머리핀(!)이나 자동차 열쇠(!!)로 귀를 후비는 용자도 있다고 하는데 절대 따라하지 마라.

면봉은 영어로 cotton swab캇은 스와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Q-tips란 제품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Q-tip이 이제는 면봉을 뜻하는 보통명사로도 쓰인다.

  • Where do you have cotton swabs? (슈퍼마켓에서) 면봉 어디 있어요?
  • Where do you have Q-tips? (슈퍼마켓에서) 면봉 어디 있어요?
  • Can I have a cotton swab? 면봉 한 개만 줘.
  • Can I have a Q-tip? 면봉 한 개만 줘.
  • Can I have two Q-tips? 면봉 두 개만 줘.

면봉은 건식귀지에는 별 효과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귓구멍 안의 물을 닦아내는 용도로만 쓰인다. 하지만 샤워 직후에 귀지가 물에 불어있는 상태에서 면봉을 쓰면 효과가 좋다.

그런데 Q-tips 겉면에는 면봉을 귓구멍에 넣지 마시오라는 경고가 있다.

표정이 너무 해맑다(출처: osseous)

???????? 귓구멍에 넣으려 면봉을 사는 건데?

면봉이 귀지를 더 깊숙히 집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의사들이 면봉으로 귀를 파지 말 것을 권한다. 그럼에도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쿨하게 경고를 무시하고 면봉으로 귀를 파는데 최악의 경우 병원에서 귀지를 제거해야하는 상황이 온다.

덕후 사나이들의 로망 중 하나가 예쁜 여자가 귀를 파 주는 건데 미국과 캐나다 사람들은 왜 귀를 파줌?이라며 황당해 하니 관련 대화는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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