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서 한 번 쯤은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 줄여서 '현시창'이란 표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는 말 그대로 '꿈에 비해 비참한 현실'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미국 래퍼 에미넴이 주연한 2002년 영화 '8 마일'의 대사에서 유래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캡처한 위 사진이 디시, 웃긴대학 등지에서 짤방으로 인기를 끌면서 유행어가 됐다.
10년도 넘은 영화고 국내에서 히트친 영화도 아니라 짤방은 더 이상 쓰이지 않지만 유행어는 아직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현시창'을 즐겨 쓰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표현의 유래는 커녕 '8 마일'이라는 영화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영화는 사라지고 유행어만 남은 경우라 하겠다.
하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이라는 대사가 없다. 유래가 된 원대사는 래퍼를 꿈꾸는 주인공 '래빗'(에미넴 분)이 도저히 형편이 나아질 것 같지 않자 동료 '솔'에게 차 안에서 한 말이다.
Hey Sol, do you ever wonder at what point you just got to say fuck it man? Like when you gotta stop living up here, and start living down here?
이 봐, 솔. 어느 시점에서 그냥 'X까, 안 해'라고 해야 하는지 궁금해 본 적 있어? 꿈 속에서 그만 살고 언제 현실로 돌아와야 하냐고.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는 굵게 표시된 부분을 초월 번역해 버린 것으로 무려 극장에서 쓴 자막이다.(...)
물론 극장용 영화는 자막의 글자 수가 20자 미만으로 제한돼 있고, 자막은 짧을 수록 좋다는 것이 업계 관례라지만 번역문이 원뜻과 너무 차이가 난다. 근데 그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언제 꿈 깨고 현실로 오냐고.'로 번역하는 게 글자 수도 더 적고 원뜻에 더 가깝다.
하지만 초월 번역의 임팩트가 워낙 강해 원뜻을 살려 번역했다면 유행어가 되지는 못 했을 듯. 근데 유행어 되면 뭐가 좋지?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는 뉘앙스가 다르게 번역된 대사가 우연히 유행어가 된 경우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은 없다.
8마일에서 유행된 댜른 짤방으로 '존나좋군'이 있는데 짤방의 뚱땡이는 오마 벤슨 밀러로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 장면에서 에미넴을 쳐다 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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