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발사믹'의 뜻과 발사믹 식초의 비밀

발사믹 식초는 포도 쥬스로 만든 이탈리아식 식초로 일반 식초와 달리 걸죽하고 단 맛이 나며 노화 방지, 항암 작용, 심장 질환 예방, 진통, 소화 촉진, 당뇨 조절 등 여러 가지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모데나와 레지오 에밀라 지방의 유서 깊은 음식이지만 캐나다, 미국에는 비교적 최근에 일반에게 알려졌고 미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발사믹 식초는 일반 식초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고 수 십 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어 고급 식초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반전이 있다. 이 얘기는 좀 이따가 하겠다.

발사믹 식초는 영어 balsamic vinegar발쌔믹 비니거에서 유래했다. 발사믹 식초를 '발사믹 비네거'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비네거'는 식초를 뜻하는 vinegar를 잘못 읽은 것으로 외국어 남용일 뿐더러 '비니거'의 뜻을 모르는 사람도 많으니 그냥 '발사믹 식초'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발사믹 식초의 '발사믹(balsamic)'은 무슨 뜻일까? balsamic은 직역하면 '봉선화'란 뜻인데 발사믹 식초에는 봉선화가 들어가지 않는다. 사실 영어권 원어민들도 대부분 balsamic의 정확한 뜻을 모른다.(...)

정통 발사믹 식초(출처: kwistent)

왜일까? 발사믹 식초의 영문명 balsamic vinegar는 이탈리아명인 aceto balsamico를 직역한 것인데, 이탈리어로 balsamico는 봉선화란 뜻 있지만 여기서는 발사믹 식초의 효능을 빗대 '보양하는'이란 뜻으로 쓰였다.

따라서 aceto balsamico는 '보양식초', '건강식초' 라는 뜻이지만 balsamico를 영어로 직역하면서 원래 의미가 사라져 '봉선화 식초'라는 엉뚱한 단어가 되 버렸다.(...) 힘세고 강한 아침의 영어 버전

출처: Neeta Lind

정통 발사믹 식초는 이탈리아의 트레비아노산 포도 쥬스를 졸인 다음 최소 12년, 많게는 25년 이상 나무 통에 숙성시키는데, 나무 통에 넣어야 단 맛이 강해지고 숙성이 길어질 수록 향이 진해지기 때문이다.

제작 공정이 길고 까다롭기 때문에 100미리 한 병에 보통 15에서 40만원 정도이며 100년 산(!) 발사믹 식초도 존재한다. 진품 발사믹 식초는 포도주와 비슷한 맛이 나서 그냥 마실 수도 있다고 한다.

반면 마트에서 파는 발사믹 식초는 포도주 식초(와인 식초)에 색소(!)와 캬라멜(!!)로 맛과 색을 내고 옥수수가루(!!!)로 걸죽하게 만든 다음 2개월에서 길어야 3년 정도 숙성시킨 이미테이션, 쉽게 말해 짝퉁이다. 포도 식초인 발사믹 식초가 포도 식초로 잘못 알려진 것도 이 때문.

마트에서 파는 이미테이션 발사믹 식초는 효능이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 발사믹 식초가 '보양식초'라는 뜻인데 보양 효과 없는 보양식초가 돼 버렸다.(...)

고급 이미테이션도 있는데 포도 쥬스와 포도주 식초를 섞어서 8년, 많게는 25년 동안 숙성시켜 가격이 꽤 나가고 어떤 건 진품보다도 비싸다. 언젠가 100미리 병 하나에 45만 원이 넘는 25년산 발사믹 식초를 봤는데 캬라멜까지 넣은 이미테이션이었다.(...)

집에 발사믹 식초가 있다면 라벨을 지금 당장 확인해 보시라예. 원료 명에 와인 식초가 있으면 이미테이션이다. 정통 발사믹 식초는 포도 쥬스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미테이션의 효능이 진품과 같을지도 미지수.

가격을 이유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발사믹 식초의 대부분은 이미테이션이고, 식당에서 나오는 발사믹 소스, 발사믹 드레싱 역시 거의 이걸로 만든 것이다.

전통 발사믹 식초가 100% 오렌지 쥬스라면 대량 생산되는 발사믹 식초는 오렌지 맛 음료, 병 당 수 만원 짜리 이미테이션은 과즙 30% 오렌지 음료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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